진중권씨에게 낚여서 본 D-War. by 제닉스

블로고스피어에서 열흘이 넘도록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는 D-War를 조금전에 혼자 가서 보고 왔습니다. 사실 처음에 보고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쳤고.. 그 뒤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봤다고 해서 같이 보러갈만한 사람이 없어서 제껴두고 있었는데, 오늘 오전에 100분토론 영상을 '다시보기'를 통해서 보고 나서 이거 혼자라도 가서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일단 100분 토론은 제쳐두고, D-War 자체만 가지고 평을 한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의 평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단 '한국에서 만들었다는걸' 생각하면 CG는 정말 장난 없습니다. 예술입니다. 또한, '이무기' 라는 전설을 주제로 설정한것 역시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 합니다.

트랜스포머를 보고 자동차+로봇 이라는 남자들의 로망을 제대로 살려줬다고 감탄 했었는데,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을 스크린으로 봤을때의 감흥 역시 자동차+로봇의 감흥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후반부의 스펙타클한 시가지 전투신도 정말 국내 기술이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완성도가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역시 스토리 부분에 있어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100분토론에서 진중권씨가 하셨던 말씀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사건과 사건 간에 개연성이나 해당 인물의 존재 이유, 그 대 군단이 나와야만 하는 목적이 스토리와는 전혀 상관 없이 단순히 '이정도 타이밍에 CG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 이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 여러 인터뷰에서 심형래감독님은 '서양 다른 영화들도 봐라, 스토리 좋은 영화가 뭐가 있냐' 라고 말씀 하시는데, 이부분에 있어서는 심형래감독님께 상당히 많이 실망 했습니다. D-War의 스토리는 100분토론에서의 진중권씨 말씀처럼 트랜스포머등 서양 SF영화와는 달리 '최소한의 이유는 갖다 붙일 수 있는 이야기' 조차도 만들어내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부분은 아예 영화제작 초기부터 심형래감독님께서 '이 영화는 CG가 다야. 스토리 그딴게 무슨 소용이야, 남자여자 나와서 도망다니고 잡으러다니는 애들 있고 얘들 막판에 착한애가 나와서 죽이면 되는거 아니야'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셨다는 말 밖에는 안되는 겁니다. 스스로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다' 등의 카피를 써가면서 마케팅을 하는 영화인데, '다른 영화도 스토리 개판이라 나도 개판으로 만들었는데 왜 나만갖고 그래' 식의 태도는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이 영화는 국내보단 해외시장이 타겟이므로, 마지막에 흐르던 아리랑. 이건 어느정도 괜찮았다고 생각 됩니다. 정말 D-War가 세계에 우뚝 선다면, 세계속에 한국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죠. 하지만 그 뒤로 엔딩을 장식하는 심형래감독님의 멘트.. 이 자막이 올라갈때 정말 낯 뜨거워서 보고있을 수가 없더군요. 상당히 민망 했습니다. 이건 빼는 편이 더 좋았을거라 생각 됩니다. (물론,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는 D-War의 마케팅에는 도움을 줬을거라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만.)

D-War,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없었던 이정도 CG 기술을 그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이룩해 냈다는 점에서 심형래감독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생각 합니다. 서양에 스토리 좋은 SF가 뭐가 있냐 라는 태도가 아니라 CG에 투자한 만큼 시나리오나 아이디어에도 많이 투자 하시면 다음 영화는 정말 누가 보더라도 박수를 쳐줄 수 있을만한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현재 준비중이라고 하시는 심형래감독님의 다음 영화 많이 기대 하겠습니다.

그 다음 이슈인 100분토론의 진중권씨. 토론에서 사실 틀린말 하신건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너무 흥분하셨고, '토론에 이기는 법'은 잘 알고 계셨지만 '그 토론이 전국에 방송되고 있다는 사실'은 잊고 계신듯 한 태도 였습니다. 또한 토론 후에 이어지는 네티즌들의 공격에 대한 반응은 지난 황우석 사태때 감금을 당하신 적까지 있으시니 예민하실 만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흥분한 상태로 행동했다는 점에서 지성인 답지 못했다고 생각 합니다.

여튼, D-War..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현재 대한민국 영화의 기대주임은 분명 하고 한번쯤 스크린으로 봐도 나쁘지 않을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또한 이 작품이 대한민국 영화 CG역사에 영원히 언급될만한 작품임으로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봐 두시길 추천 드립니다.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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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피용 - 디워를 대입해볼까? 2007/08/13 02:33 #

    며칠 전부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을 사서 읽고 있습니다. 내용이 재미있어서 인지, 벌써 절반 가까이를 읽어버렸네요. 내용 중에 일부 생각해볼 부분이 있어서 짤막하게 인용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세 가지 적과 맞서게 되지. 첫 번째는 그 시도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두 번째는 똑같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지. 이들은 자네가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때려눕힐 때를 엿보고 있다가 순식...... more

  • MBC 100분 토론의 《디워》논상토론에 대해서.. (ps.추가) 2007/08/14 12:32 #

    최근 전국은 《디워》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제는 그만했으면 싶다. 이러한 소모적 논쟁은 우리에게 남는 것이 별로 없지 않는가? 마치 이명박의 한반도 운하 논란과 마찬가지로 말이다.[footnote]이명박 씨는 민자로 한반도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하고, 이를 공격하는 사람들은 과연 한반도 운하가 경제성과 타당성이 있는가를 지적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반도 운하는 건설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more

  • 《디워》에 대한 모든 평가는 옳다. (주석추가) 2007/08/14 12:33 #

    80년대에 학창생활을 했던 우리들의 큰 형이었던 심형래 씨가 만든 영화.... 오늘 아침 드디어 그《디워》를 보고 왔습니다. 상영관은 메가박스 코엑스점 M관[footnote]메가박스 코엑스점 M관은 디지털 상영관입니다.[/footnote]이었습니다. 이 상영관에서 얼마 전 《화려한 휴가》를 보고 왔습니다만 영화보기가 상당히 편한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상영관은 의자 등받이가 뒤로 약간 젖혀지는 반면 의자 바닥은 평평해서 영화가 끝날 때쯤 되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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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로리 2007/08/13 00:23 # 답글

    사실 심형래 감독의 영화인식은 아이와 비슷합니다. 스틸컷과 장면과 장면으로 작품을 연결하죠. 트랜스포머나 쥬라기 공원, 킹콩등을 보면서 그는 아이처럼 그저 화려한 장면을 연장을 보았을 뿐이라는 것이죠. 그게 심형래의 한계이고 의외로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인식되던데(주변 보신분들 애들 반응은 다 좋았다고...) 큰 역활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심형래는 각본이나 연출보다는 제작가로써 활동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 eruhkim 2007/08/13 00:28 # 답글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거의 비슷한 의견이네요. 저도 심형래 씨는 제작자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 ecoli 2007/08/13 12:27 # 답글

    문제는 CG가 과연 한국에서 만들었는가에 대해 의문이 솔솔 피어오른 다는 거죠.
    그 어마어마한 외국인력이 등장하는 크레딧을 볼때
  • Buzz 2007/08/13 14:13 # 삭제 답글

    제닉스님의 해당 포스트가 8/13일 버즈블로그 메인 탑 헤드라인으로 링크되었습니다.
  • 안드로이드 2007/08/13 22:48 # 답글

    훗~ 심형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먹어줄만한 비주얼을 만들고 싶었던 거니까. 한국적 소재의 비주얼. 10년 넘게 주구장창 하던 얘기잖아.
  • 안드로이드 2007/08/13 22:50 # 답글

    그런데 난 다른 거 다 떠나서 진중권씨가 좀 갑갑하게 느껴지더라. 황우석 박사의 연구결과가 제대로 된 거였다는 기사가 몇 일 7월인가에 어디 외국 사이트 기사에서 봤는데. 뭐, 알아서들 하겠지
  • clare 2007/08/14 09:59 # 답글

    공감되는 글이네요 :) 저는 디워는 보지 않았고, 백분토론만 봤어요 ㅎㅎ
  • 작은인장 2007/08/14 12:34 # 삭제 답글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됐습니다. 제닉스님 블로그에 정말 너무나 오래간만에 방문하게 됐네요.
    제가 썼던 글 두개 트랙백 하고 갑니다. ^^
    비가 많이 옵니다. 몸 조심하세요.
  • 강철군화 2007/08/16 10:05 # 답글

    어제 디워를 보았습니다. 님의 의견 거의 대부분 공감합니다. CG 훌륭합니다. 정말 늘 마음속에서 그리던 용의 모습을 스크린으로 본 것은 정말 환상적이더군요. 스토리 보강 정말 필요합니다. 엔딩장면에서 나오는 아리랑곡은 화면과 잘 어울리더군요. 그후의 심형래 감독의 멘트가 나오는 화면은 정말 안스럽더군요.
  • kkommy 2007/08/17 15:27 # 삭제 답글

    심형래씨의 인생일기만 빠졌어도 그나마 좀 나았을텐데요..
    스토리가 엉망이라지만 영화를 자신의 인생극장으로 만든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ㅠㅠ
  • 뇌를씻어내자 2007/08/20 13:54 # 답글

    저는 디워를 아직 안 봐서 모르겠지만(앞으로도 극장에서 볼 계획은 없지만... 동생이 하도 보러 가자고 조르길래 디워 상영관에 밀어 넣고 저는 라따뚜이를 보러 갔었죠), 주변분들이 엔딩 멘트에 대해 다들 한 마디씩 하시더군요. 저는 그게 궁금해서 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땡기지 않아서... 아직도 궁금하긴 해요. ;;
  • Jin 2008/01/11 13:48 # 삭제 답글

    진중권씨의 블로그.. 아주 그냥 최고였습니다.. [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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